좁쌀뇌결핵종
Miliary Brain Tubercul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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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 례
84세 남자가 한달 전부터 발생한 전신쇄약감, 호흡곤란 및 기침으로 타병원에서 진료받던 도중에 객담항산균도말염색검사상 결핵균이 확인되어 폐결핵으로 진단되었다. 결핵 4제 요법 시작한 지 1주일째에 의식변화가 발생하여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진료 중인 분으로 하루에 소주 한 병을 30여 년간 마셔온 상태였으며 그 외에 다른 악성질환이나 영양실조 및 면역억제를 유발할 만한 상황은 없었다. 내원 당시 혈압은 158/83 mmHg, 맥박수, 호흡수 각각 분당 70회, 20회, 체온 36.7℃였다. 흉부CT에서 양측 폐 전반에 걸쳐 다양한 크기의 결절이 보여 폐좁쌀결핵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의식이 혼미하며 협조가 잘 되지 않았으나 국소신경학적결손 및 수막자극징후는 없었다. 조영 증강T1강조영상에서 뇌 전반에 걸쳐 결절(nodular) 또는 고리모양(ring)으로 조영증강되는 직경 3-6 mm 전후로 비교적 균일크기로 작은 수십 개의 다발결절이 보였다(Fig. 1). 병변 주위 부종이 심해 T2강조영상에서는 대뇌 및 뇌간 전반에 걸쳐 주로 백질을 침범하는 고신호 강도병변이 비대칭적으로 보였고, T1강조영상에서는 저신호강도로 보였다. 적혈구침강속도 89 mm/hr, C반응단백질 120 mg/L로 상승되어 있었고, 이외에 백혈구수치 및 다른 혈액 검사는 정상이었다. 뇌척수액검사상 육안소견은 투명하였으며, 개방압력 170 mmH2O, 백혈구 17 /mm3 (림프구 87%), 단백질 113 mg/dL, 포도당 57 mg/dL (혈청 134 mg/dL) 아데 노신탈아미노기효소(adenosine deaminoase) 9 IU/I(>20 IU/I) 였다.
균동정검사에서는 객담검체로 시행한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에서 결핵유전자가 검출된 것 외에 뇌척수액 및 혈액, 객담 등 각종 검체에서 시행한 항산균도말염색, 배양검사등에서 결핵이나 다른 병원균이 확인된 바는 없다. 이미 항결핵제 4제 요법으로 투약 중이던 분으로, 덱사메타손 일일 20 mg 경정맥 투약하였고 6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량하였다. 스테로이드 투약 직후부터 의식은 명료해 졌으나 협조가 되지 않으며 혼동(confusion)을 보였고 점차로 의식회복을 보여 2주 후부터는 혼동도 없었다. 이후로는 2개월 동안 항결핵제 4제 요법 시행 후 6개월째 2제 요법 (아이소나이아지드, 리팜핀)만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치료 중이다.
고 찰
이 환자의 경우 뇌영상소견으로는 전이성뇌종양 또는 좁쌀결핵종 두 가지 가능성이 있으나 이미 진단받은 폐결핵 및 뇌병변의 크기가 비교적 균일하고 개수가 많은 것으로 보아 좁쌀결핵종에 더 합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좁쌀뇌결핵종은 매우 드물어 현재까지 산발적인 증례보고나 임상증례군보고만 있다[1-4]. 좁쌀뇌결핵종의 뇌영상에서 보이는 소견은 유사하지만, 임상양상이 매우 다양하다[5]. 영상으로 보기에는 뇌에 전반에 걸쳐 다발성 병변을 보이므로 뇌의 광범위한 침범 및 손상으로 악성경과, 불량한 예후를 보일 것 같지만 기존 문헌 보고에서는 대부분 양호한 예후를 보였다[2,5,6]. 한 연구에 의하면 단일기관에서 8년간 7명의 좁쌀뇌결핵종 환자의 임상 양상을 분석하였는데 이들 모두는 폐결핵이 동반되거나 뇌척수액 도말검사나 배양검사에서 결핵균이 확인된 환자로 2-4 mm 크기의 결절성 또는 링모양의 조영증강되는 병변이 뇌전반에 걸쳐 20-50여 개가 관찰되었다. 뇌척수액검사에 단백질의 상승 외에 다른 소견이 없는 환자가 5명이었으며, 발열 (fever)을 보인 환자가 5명, 두통을 보인 환자가 5명, 복시를 보인 경우가 3명이었으며, 1명의 환자에서 의식변화를 보였다. 모든 환자가 항결핵약에 좋은 반응을 보여 완치 되었다[6]. 우리 환자의 경우도 뇌척수액검사상 염증반응이 경미하였으며 빠르게 안정화되어 호전을 보였다.
뇌영상검사에서 다발성조영증강을 보이는 병변의 경우 가능한 원인 질환은 종양성, 감염성, 탈수초염증성 병변이 있을 수 있다. 병변의 크기에 따라 가능한 질환을 분류하였을 때 크기가 수 mm정도의 작은 좁쌀크기를 보이는 경우는 전이성뇌종양과 좁쌀결핵종이 있다[7].
일반적으로 전이성뇌종양의 경우 병변의 크기가 다양하며, 확산강조영상에서 저신호강도와 겉보기확산계수지도 (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 ADC map)에서 확산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 양전자방출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이나 자기공명분광법 (magnetic resomance spectroscopy, MR spectroscopy)이 감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 환자에서는 시행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일반적인 뇌영상만으로 두 가지 질환을 감별하기는 어려우며, 동반 질환이나 선행하는 의학적 조건에 따라 가능성을 좁힐 수 있다. 우리 환자의 경우도 병변의 크기가 매우 작으며 비교적 균일한 양상을 보이는 점과 병변의 개수가 40여 개 이상으로 많은 점은 전이성종양보다는 좁쌀결핵 종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소견이지만, 영상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려웠으며 폐결핵이 이미 진단된 부분을 감안하여 좁쌀결핵종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하였다. 이후 경과에서 스테로이드 투여 후 호전되었고 스테로이드 감량 이후에도 악화 없이 수개월간 신경계증상은 안정적인 상태가 지속되는 점이나, 이후로도 다른 장기에서 원발종양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전이성종양의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좁쌀뇌결핵종이 좋은 예후를 보이는 이유는 병변이 넓은 분포를 보이지만 각각의 크기가 크지 않으며, 많은 경우에 결핵균이 거미막하공간으로 광범위한 파종을 보이기 전에 확인되기 때문이다[8,9]. 따라서 특징적인 뇌영상 소견을 인지하고, 다른 신체부위에 결핵감염이나 원발종양 여부 등을 검토하여 좁쌀뇌결핵종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항결핵제와 스테로이드 투약과 같은 적극적인 조기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