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가역적후뇌병증(posterior reversible encephalopathy syndrome, PRES)은 두통, 시력장애, 발작 및 혼미, 의식의 변화 등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고혈압에 의한 대뇌혈관의 자동조절 기능장애로 유발되는 가역적인 신경학적 합병증이다[1,2]. 표준화된 진단 기준은 없으나 연관된 병력 및 임상 양상을 토대로한 뇌영상검사를 통해서 진단한다[1-3]. 일반적으로 뇌영상검사에서는 후백질의 피질하조직에 혈관성부종 및 간혹 이차적인 대뇌 저관류로 인한 세포독성부종이 관찰되며[1,3], 부종은 대부분 양측성으로 나타나지만 크기는 비대칭적일 수 있다[1,2].
증 례
46세 남자가 우측 폐하엽의 고립성 폐결절에 대한 수술적 처치를 받기 위해 흉부외과에 입원하였다. 환자는 40갑년의 흡연력 외 특이 과거력은 없었고 복용하던 약물도 없었다. 평소 혈압이 낮다는 말을 들었다 하며 입원 당시 혈압은 90/60 mmHg 로 확인되었다. 입원 다음 날 전신마취 하 우측 폐하엽의 비디오보조흉강경수술(video-assisted thoracoscopic surgery)을 통한 종괴적출술을 시행하였다. 전신 마취 직후 혈압은 88/68 mmHg 로 확인되었고, 폐결절 절제술 시행 중 혈압저하 가능성을 염두하여 1% 페닐에프린 정맥 주사를 투약하였다. 페닐에프린 정맥주사는 시간 당 10-30 mg으로 조절되어 투약되었으나, 수술 중 시행한 혈압 모니터 결과 약 2시간 동안 평균혈압은 140-155 mmHg 로 확인되었다. 수술 시행 직후의 환자상태는 안정적이었으나 수술 종료 3시간 이후 두통, 양안의 시력저하 호소하였고, 시력저하에 대해서는 검안경검사(funduscopy) 시행하였으나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4시간 경과 후 의식저하가 발생하여 신경과에 협의진료가 의뢰되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기면상태로 명령수행에 어려움이 있었고 뇌줄기반사는 정상이었다. 좌측 얼굴마비가 관찰되었고 좌측 팔, 다리의 위약이 MRC(Medical Research Council)등급 III로 관찰되었으며 좌측 바빈스키 징후가 양성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의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ing imaging)영상에서 우측 두정후두엽(parietooccipital lobe)에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고(Fig. 1A), 확산강조영상에서도 동일한 부위에 고신호 강도가 관찰되었으나(Fig. 1B), 해당 영역은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에서 저신호강도로 관찰되었다(Fig. 1C). 자기공명혈관조영에서 뇌혈관의 국소 협착이나 폐색병변은 보이지 않았다(Fig. 1D). 뇌파검사에서는 양측 대뇌 전반에 걸친 연속 서파(continuous slow wave)가 나타났으나 뇌전증모양방전(epileptiform discharge)은 관찰되지 않았다. 혈액검사에서 간기능, 신장기능, 전해질, 혈당, 지질 및 혈액응고검사, 갑상선기능검사는 정상이었다. 루푸스항응고항체, 류마티스인자, 항핵항체, 항centromere항체, 항RNP항체, 항Sm항체, 항Ro항체, 항La항체, 항Scl-70 항체, 항Jo-1항체, 항ds-DNA항체는 음성이었다. 뇌척수액 검사 결과 개방압력 22 cmH2O, RBC 4/mm3, WBC 0/mm3, 단백질 255 mg/dL, 포도당 86 mg/dL, 혈당 124 mg/dL 로 확인되었고, 뇌척수액 내 세포검사상 악성세포는 관찰되지 않았다. 수술 이후 페닐에프린 중단 상태에서 항고혈압제 등의 약물 투약 없이 평균 혈압은 90-100 mmHg 으로 조절되었고, 환자 의식상태와 좌측 얼굴 마비 및 팔다리 위약은 2일 후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열흘 후 추적 시행한 확산강조영상에서 우측 두정후두엽에 고신호강도로 관찰되고, 동시에 겉보기확산계수에서 저신호강도로 관찰되었던 병변은 일부 작은 병변을 제외하고 대부분 소실되었다(Fig. 2A, B). 이후 두통, 시력의 이상이나 발작 등의 신경학적 합병증 동반되지 않았다.
고 찰
PRES의 병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장 유력한 기전은 혈압에 대한 대뇌혈관의 자동 조절기능장애로 유발된 대뇌관류증가이다[1,2]. 고혈압에 대한 정상적인 대뇌혈관의 자동조절기능은 평균혈압 140-150 mmHg 이상일 때 발현이 되며, 혈압에 대한 반응이 소실된다면 혈관 내 염증반응을 유발하여 내피세포기능장애(endothelial dysfunction)를 발생시킨다[1]. 이로 인해 혈액뇌장벽이 파괴되어 혈관성부종이 유발되는데[1-3], 간혹 갑작스러운 혈압상승에 의해 혈관 수축이 유발되어 세포독성부종이 동반되고[1,6], 해당 병변에서 신경학적인 장애가 발생한다.
본 환자에서 PRES가 발생한 원인은 폐결절 절제술 도중 발생 가능한 저혈압에 대비하여 투약된 승압제인 페닐에프린 때문으로 사료된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폐결절 수술 시 저혈압이 발생하는 원인이다. 가장 중요한 기전은 마취제 자체의 부작용이지만 폐기종이나 기도폐색 혹은 폐실질내 종괴가 있는 환자의 수술 중 혈압저하원인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전은 양압환기요법으로 인한 혈압저하이다. 이는 폐의 동적 과다팽창을 유발시키며 이로 인해 폐혈관저항이 증가하여 복귀정맥혈(venous return)이 감소하게된다. 결국 우심실기능을 저하시켜 심장박출량(cardiac output)이 감소하여 혈압이 저하되는 것이다[7]. 따라서 이러한 환자에게 수술 중 혈압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수술 중에 환자에게 승압제(catecholamine)를 투약한다. 이 중 페닐에프린은 수술 시 혈압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흔히 투약하는 약제로, 말초혈관수축을 통해 고혈압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된 부작용도 정상 범위 이상의 혈압상승과 관련이 있는데, 과거에도 혈관내 흉복부 대동맥류 복구 수술 중 페닐에프린에 의해 유발된 고혈압으로 PRES가 발생한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8].
일반적으로 PRES는 환자의 평균혈압이 높을 수록, 혈압의 증가 폭이 클수록, 혈압의 증가 속도가 빠를수록 유발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1,2], 본 환자의 경우 수술 시행 중 혈압 상승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혈압이 낮은 상태에서 폐결절 절제술 중 혈압 강하를 방지하기 위한 페닐에프린의 투약 때문에 평균혈압이 갑작스럽게 상승되었고, 이후 PRES 환자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양안시력저하와 의식의 혼미,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발생한 점은 PRES를 시사하고 있다. 신경학적 증상은 수술 종료 이후 약 2일 동안 후유장애없이 완전히 회복되었는데, 이러한 점으로 24시간 내 임상 증상이 회복되는 일과성허혈발작을 배제할 수 있다.
물론 확산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 겉보기확산계수에서 저신호강도로 관찰되었던 우측 두정후두엽의 병변들은 세포독성부종을 시사하므로 PRES환자에서 주로 관찰되는 혈관성부종이 두드러진 전형적인 영상은 아니었으나, 드물게 세포독성부종만이 균일하게 관찰된 PRES환자가 보고된바 있다[1]. PRES에서 유발되는 세포독성부종에 대한 기전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혈압의 갑작스런 상승과 그로 인한 혈관 수축으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1,7]. 본 환자에서 이러한 세포독성부종은 열흘 후 추적 시행한 확산강조영상에서 일부 작은 초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실되었는데, 이러한 점은 병변의 일부만이 뇌경색으로 진행하였고 대부분의 병변은 가역적으로 호전되었음을 시사한다.
PRES는 대부분 가역적이며 예후가 좋지만 10-20% 환자에서 신경학적 후유증이 발생하고 3-6%의 사망률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었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다[1]. 현재까지 보고된 수술 후 발생한 PRES 증례[4,5]와는 달리 본 환자는 폐결절 절제술 중에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저혈압에 대비한 승압제의 투약이 PRES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PRES에 대한 일반적인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 외에도 본 환자의 경우처럼 폐결절 절제술 이후에 신경학적 합병증을 보이는 환자에서도 PRES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 폐 수술을 시행하는 환자에서 승압제 투약시에 갑작스런 혈압 상승에 주의를 기울이고 적절한 혈압 조절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