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간성 뇌병증(hepatic encephalopathy)은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알코올남용에 의한 만성적인 간질환의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의식 변화나 경련발작의 신경계 증상, 혈액 검사상 간수치 상승, 암모니아 증가, 뇌 MRI상 T2강조영상에서의 신호 변화 없이 T1강조영상에서의 담창구(globus pallidus)와 대뇌다리(cerebral peduncle)의 신호 강도 변화를 보이면 의심하는 질환으로 단백질 제한 식이, 락툴로스 관장, 감염조절과 같은 보전치료로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 저자들은 의식 저하로 내원한 급성 전격간염 환자에서 전형적인 간성 뇌병증의 영상 대신, 확산강조영상에서의 미만성 피질 신호 강도 변화를 보이는 과암모니아뇌증(hyperammonemic encephalopathy) 환자 1예를 경험하여 이를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47세 남자 환자가 의식 저하를 주소로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내원 8일 전부터 발열감과 근육통, 4일 전부터 전신 위약감, 설사, 구역, 구토, 내원 전일 몸 상태가 안 좋다며 밤에 운동을 하였는데, 다음 날 아침 보호자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환자는 B형 간염 보균자로 약 7년 전부터 매주 4-5차례, 소주 한 병씩을 마셔왔다.
응급실 도착 당시 의식은 혼미하였고, 혈압 150/100 mmHg, 맥박 48회/분, 호흡 18회/분, 체온 36℃였다. 혈액 검사상 백혈구 수치는 11,350/㎕이었고, 혈소판 수치는 58,000 /㎕로 감소, AST, ALT, ALP, γ-GTP는 각각 1755 IU/L, 5359 IU/L, 233 IU/L, 277 IU/L로 증가, 총 빌리루빈 11.39 mg/dL, 암모니아 63 uMol/L, PT INR 4.37로 증가, 혈당 70 mg/dL, CRP 0.34 mg/dL이었다. 응급실 내원시 시행한 뇌 확산강조영상과 T1강조영상에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간성 뇌병증 의심 하에 내과 입원하여 중환자실 치료 중 신경과로 협진되었다.
환자는 피부와 공막이 노란색을 띄었고, 스스로 눈을 뜰 때도 있었으나 자극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공반사는 양측 대칭적이었고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으나, 양측에서 chaddock 징후 양성이었다. 혈액검사상 AST, ALT, ALP, γ-GTP, 총 빌리 루빈수치는 차츰 호전을 보였으나, 암모니아는 169 uMol/L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내원 이틀 후 뇌 확산강조영상을 다시 시행하였고, 양측 뇌섬엽(insular cortex)을 포함하여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과 시상부위에서 대칭적인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으며, 겉보기확산계수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에서는 저신호강도를 보였고, 조영증강은 되지 않았다(Fig. 1A, B, C).
혈액검사상 HAV Ab IgM (+), HAV IgG (+), HBs Ag (+), HBs Ab (-), HBcAb Ig G (+), HBe Ag (-), HBe Ab (+), HBV DNA PCR 정량 <6 IU/mL, HCV-Ab (-), Triple Ab (-), αFP 21.9 ng/mL 만성적으로 술을 마시는 B형 간염 보균자에서 급성 A형 간염으로 인한 전격간염이 고암모니아 뇌병증의 원인으로 진단되었다. 환자는 간 이식이 필요한 상태로 전원되었다.
고 찰
만성 간질환으로 인한 뇌 MRI 소견은 T2강조영상의 신호 변화 없이 T1강조영상에서의 담창구와 대뇌다리에서의 신호강도 증가가 대표적이며, 이 때 항상 혈중 암모니아 상승을 동반하지는 않는다[1]. 비록 암모니아가 간성 뇌병증 발생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약 10%의 간성 뇌병증 환자에서 혈중 암모니아가 정상 수치를 보이고 있고, 암모니아 수치가 올라간 간경화 환자에서 간성 뇌병증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2].
그런데 급성 간부전 환자에서 의식장애, 경련발작, 실조증 같은 신경학적 문제를 보이며,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상승되고, 뇌 확산강조영상상 뇌섬엽과 띠다발이랑(cingulate gyrus)에서의 고신호강도를 동반하는 경우 과암모니아뇌증을 고려해야 한다[3-7]. 과암모니아뇌증은 전격간염으로 인한 급성 간부전, 과다한 아세트아미노펜이나 발프로익산 등의 약물 복용이나 술 등의 독성 물질, 요로감염, 패혈증, 소화기 출혈, 자가면역 질환, 폐나 골수 이식, 선천성 대사질환 등에서 발생한다고 보고되어 왔다[5].
간부전이 발생하면 혈중 암모니아가 상승하고 확산에 의하여 혈액뇌장벽을 통과한 뇌 안의 암모니아도 증가한다. 암모니아는 별아교세포에서 글루타민합성효소에 의해 글루타메이트를 글루타민으로 대사하는 과정에 이용되는데, 뇌 안 암모니아의 증가로 글루타민도 따라서 증가하게 된다. 글루타민은 삼투작용으로 세포 내로 물을 끌어 당기고, 뇌부종과 두개 내 고혈압, 뇌관류저하, 심한 경우 뇌탈출을 일으킨다. 여기에 더하여 산화 스트레스, 뇌혈류 증가, 염증성 싸이토카인 분비, 젖산 증가, 대뇌의 자동조절 손상으로 뇌 손상이 발생한다고 한다[8-11].
과암모니아뇌증 환자에서 왜 뇌섬엽과 띠다발이랑이 더 먼저 쉽게 손상되는지에 대한 기전은 아직 밝혀진 바 없으나, 뇌섬엽과 띠다발이랑을 포함한 전반적인 뇌 피질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심부 회백질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후두엽은 덜 침범한다고 한다[3,5,10,12,13]. 과암모니아뇌증에서 관찰되는 피질의 변화는 대개 미만성이고 대칭적이다. 만약 뇌확산강조영상에서 뇌섬엽과 띠다발이랑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뇌피질의 고신호강도를 보인다면, 저산소증, 저혈당, 뇌전증지속상태에 의한 경우를 배제하여야 한다[7,10-12,14].
물론 대사성 질환의 진단은 단순히 뇌 영상에 의존한다기 보다는 임상증세와 검사실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만 하는데, 저산소증에 의한 경우는 롤란딕 주변 부위(peri-rolandic area, sensorimotor cortices), 두정엽, 후두엽 (visual cortex), 그리고 미상핵(caudate nucleus)을 포함한 기저핵, 시상의 심부회색질에서 신호 변화가 자주 관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5].
본 증례는 만성 알코올 섭취, B형간염 보균자에서 급성 A형 간염으로 인하여 과암모니아뇌증이 발생한 경우로 사료된다. 임상적으로도 저산소증/허혈성 원인을 의심할만한 소견을 보이지 않았으며, 혹시 수면 도중 발생하였을 질식에 대한 가능성도 고려하였으나 흡인폐렴 소견은 동반하지 않았고, 임상적으로 경련발작이나 혈액검사상 저혈당 소견 역시 동반하지 않았다. 뇌 영상 소견 역시 롤란딕 주변 부위와 후두엽은 침범하지 않았고, 뇌섬엽과 양측 시상의 신호변화가 관찰되어 과암모니아뇌증에 합당한 소견으로 생각되었다.
추가적으로, 환자가 의식저하로 응급실을 방문하였을 때 시행한 뇌 확산강조영상에서는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간 손상에 대한 보존치료 이틀 후에도 환자의 의식이 회복되지 않고, 혈중 간 수치가 낮아지는데도 암모니아 수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재시행한 뇌 확산강조영상에서 과암모니아뇌증의 특징적 뇌 영상소견인 양측 뇌섬엽과 시상부위 및 미만성피질의 대칭적 이상 소견이 관찰되었다. 이는 고암모니아혈증 환자에서 뇌 확산강조영상 변화를 보이는데 일정 시간이 소요됨을 시사한다[4].
과암모니아뇌증의 치료로는 뇌 부종을 가라앉히고 뇌탈출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만니톨을 사용하거나, 항생제와 항진균제 사용으로 기저 감염을 치료하고 면역저하 상태로 인한 중복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8]. 또한, 암모니아 생산을 차단하기 위해 단백질 섭취를 제한시키며, 궁극적으로 간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통해 암모니아를 제거해야 한다[8]. 저체온 요법도 고암모니아혈증의 치료가 될 수 있는데 뇌부종과 간성 뇌병증의 기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는 뇌혈류와 자동조절을 개선시키고 단백질 대사를 늦추어 암모니아 생산을 감소시킨다고 한다[2,8].
과암모니아뇌증은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뇌 확산강조영상에서 뇌섬엽, 띠다발이랑, 피질, 시상 부위에서의 신호 변화를 보이는 과암모니아뇌증의 경우 응급집중치료의 대상이다[12]. 또한 질환의 급성기 과암모니아뇌증이 의심된다면, 처음 뇌 확산강조영상 결과가 음성이더라도 뇌 영상 재검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