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혈관내 림프종(intravascular lymphomatosis, IL)은 일반적으로 B세포계통의 비호지킨림프종으로, 소혈관 내강에서 증식하는 특징을 보인다. 혈관내 림프종은 전신성 림프종 없이 중추신경계에 발생하여 임상적으로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과 뇌영상 소견을 보이기에, 조직검사 없이 확진하기는 어렵다. 저자들은 출혈성 뇌병변을 동반한 혈관내 림프종 1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 하고자 한다.
증 례
평소 건강했던 53세 여자가 내원 2주 전부터 발생하여 진행하는 양하지 위약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동반증상으로 하지의 감각저하 및 배뇨장애가 있었다. 당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이학적 검사에서 복수가 있었으며, 림프절비대 소견은 없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 양 하지에 Medical Research Council(MRC) grade 2의 근력저하 및 요추 1번 피부분절 이하로 감각 저하가 있었다. 타원에서 뇌와 척수의 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하였으며 다발성 대뇌 출혈 및 척수 T10-L1에 부분적으로 조영 증강되는 병변이 발견되었다(Figs. 1, 2). 당시 환자는 척수염으로 진단되어 스테로이드 투여받았고 양하지 위약은 MRC grade 4로 호전된 상태로 전원되었다. 본원에서 시행한 혈액학적 검사에서 백혈구 5,630/μL, 헤모글로빈 10.3 g/dL, 혈소판 107,000/μL였으며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 악성세포나 비정형 세포는 없었다. 흉부 X-ray에서 공동성 병변이 관찰되어 경피 세침 흡인 술을 시행하였고, 조직검사에서 만성염증 및 섬유화 소견이 보였다. 뇌, 척수, 폐를 침범하는 혈관염 혹은 패 혈성 색전으로 인한 경색 및 출혈성 변화가 의심되어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하였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색깔은 황색변성을 보였고 압력 15 mmH2O, 백혈구 8/μL (polymorphonuclear neutrophil 39%, lymphocyte 34%, others 27%) 적혈구 12,050/μL, 단백질 40.4 mg/dL, 척수액당 75 mg/dL, 혈당 142 mg/dL이며 세포학적 검사에서 악성세포는 없어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보인 출혈소견은 보이나 염증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자가항체검사에서 fluorescent antinuclear antibody (FANA) 약 양성으로 확인되었으며 피부조직검사에서 혈관주위 림프구 침윤이 확인되었다. 이후 자가면역 질환에 동반된 혈관염에 준하여 스테로이드 투여 시작하여 유지하던 중, 3주 후부터 발열이 있고 하지 위약이 진행하였으며 전신발작이 발생하였다. 추적관찰한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출혈이 증가하였으며, 뇌파검사에서 간질 파가 보였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 17 mmH2O, 백혈구 6/μL (polymorphonuclear neutrophil 4%, lymphocyte 30%, others 66%), 적혈구 0/μL 단백질 45.6 mg/dL, 척수액당 83 mg/dL, 혈당 141 mg/dL으로 오히려 호전된 소견을 보였다. 흉부 전산화단층촬영에서 기관지 혈관을 따라 반점형 젖빛유리혼탁화이 보였다. 이에 기존의 혈관염이 악화된 것으로 판단되어 고 용량 스테로이드 및 azathioprine을 투여하였으나 혈소판 감소증 및 빈혈이 발생하여 약물 투여를 중단하였다. 위약증상은 MRC grade 1으로 악화되었으며, 재시행한 뇌전산화단층촬영에서 병변 크기가 증가되어 있었다. 뇌조직검사를 고려하였으나 환자 전신상태가 좋지 못하여 폐조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혈관내 림프종 소견이 확인되었다(Fig. 3).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에서 폐, 뇌에 섭취가 증가되어 있었다. 복합항암요법 R-CHOP (rituximab, cyclophosphamide, hydroxydaunorubicin, Vincristine, prednisone)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호중구감소 증 및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고 찰
본 증례는 혈관내 림프종에 대한 국내보고와 달리 백질 병변이 아닌 피질 병변이 주였으며 뇌출혈 소견을 보였다. 초기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조영증강이 되지 않고 T2 강조영상에서 고신호 강도를 보이는 다발성 병변으로 시작해서 추적검사에서 출혈성 병변이 새롭게 생기고 병변 내부뿐만 아니라 피질에 출혈로 인한 헤모시데린 침착 소견이 보였다.
국내에서 보고된 혈관내 림프종은 미약하게 조영되고 경계가 불분명하며 T2 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이면서 주로 백질에 위치하는 병변으로 발현되어 아급성 피질하경색 혹은 국소성 뇌염으로 진단되었다가 급격한 증상악화 및 LDH 증가, 빈혈 소견 등으로 악성종양이 의심되어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되었다[1]. 다른 증례에서는 피질하 백질, 심부 백질, 뇌량 등 여러 부위 T2 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를 보이며 조영 증강이 되는 소견으로 탈수초성질환으로 진단되어 스테로이드 사용 후 일시적 호전을 보였다가 다시 악화되어 부검을 통해 진단되었다[2].
혈관내 림프종은 비호지킨림프종의 매우 희귀하고 공격적인 형태로, 작은 혈관 내강의 악성세포 증식을 특징으로 하며 주로 중추신경계와 피부에 발생한다[3]. 임상소견은 주로 혈관 폐색으로 인한 증상으로, 75%-85%는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며 이 중 90%는 다발성 뇌졸중 양 증상(76%), 치매(50%), 아급성 뇌 병증(27%), 간질(28%) 또는 척수병증(40%)으로 발현한다[4]. 뇌 병변은 뇌 전반에 걸친 다발성 병변으로 나타나는데, 주로 피질하 백질, 심부 백질, 뇌실 주위, 뇌량 등 백질에 가장 많이 분포하며, 뇌줄기, 소뇌와 척수는 드물게 침범된다[5]. 가장 흔한 뇌 자기공명영상 소견은 심부 백질에서 보이는 T2 강조영상신호증가(45%)이며, 소 혈관 폐색으로 인한 뇌경색 양 병변이 다음으로 흔하였다(36%). 뇌 실질에 조영증강되는 종괴 혹은 광범위한 뇌막 조영 증가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림프종 세포가 뇌막 혈관내부에 침윤하기 때문이다[6].
중추신경계의 출혈성 병변으로 나타난 경우로 Lui 등[7]은 혈관내 림프종에서 동반된 파종 성 혈액응고장애 및 뇌출혈 환자를 보고하였으며 이는 혈관 내 존재하는 림프종 세포가 지혈체계균형을 변형시켜 출혈을 유발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증례와 같이 혈액응고장애의 동반 없이 출혈성 병변이 주로 나타난 경우 림프종 세포가 혈관외부로 확장되어 침투하면서 혈관벽 손상이 확인된 증례가 있었다[8]. 그 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이는 혈관 벽의 내피세포와 림프종 세포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혈관벽의 퇴행성, 염증성 변화 및 이로 인한 괴사로 혈관벽이 손상되어 늘어나면서 미세동맥류를 형성한 뒤 결국 출혈되거나, 이와 더불어 혈관 내의 림프종 세포가 내피세포의 국소적 지혈균형을 깨뜨려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9].
본 증례와 같이, 진행하는 신경계 침범증상을 보이면서 출혈성 뇌 병변, 특히 피질의 출혈성 병변이 증가하는 뇌영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서 혈관내 림프종을 의심해 볼만하다. 특히 혈관염 의심하에 스테로이드 치료 시 부적절한 치료반응을 보이는 경우 혈관내 림프종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단을 위한 피부 및 다른 내부장기에 대한 진찰 및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